2008년 11월 20일
방명록
덧. 귀찮음병이 도져서, 포스팅에는 답덧글을 잘 달지 않습니다. 답이 필요하신 분은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방명록에 남기시는 글에는 모두 답덧글을 합니다.
# by | 2008/11/20 22:10 | 초컬릿공장 공지 | 트랙백 | 덧글(33)
# by | 2008/11/20 22:10 | 초컬릿공장 공지 | 트랙백 | 덧글(33)
# by | 2008/06/09 23:54 | 비터초컬릿 일상 | 트랙백 | 덧글(4)
토요일, 촛불집회에 나간 저는 친구와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난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까지 좌파적인 줄 몰랐어." 그 전날에도 느낀 것이긴 했지만 그건 놀라움을 넘어서 어색함을 주었어요. 정부를 갈아엎고 국가를 전복시키자는 건 그렇게들 좌빨이라고 비웃던 극좌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 아니던가요.
비꼬는 게 아닙니다. 그만큼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극에 치달았다는 이야기고, 정부에서 그렇게 부르짖는 배후세력이 따로 있는 게 아님을, 오히려 국민들을 왼쪽으로 밀어내고 있는 배후가 현 정부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거죠. 이제 현장에서 고시 철회, 협상 무효보다 더 많이 더 크게 더 익숙하게 들리는 구호 "이명박은/물러나라"는.
현 집회에 모인 사람들이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성향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음은 라디오처럼 하도 반복되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집회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아마 현 정부에 대한 반감만을 공통으로 지녔을 뿐 그 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과 사상과 성향은 구호만큼 격렬하지도 좌파적이지도 않을 거예요. 오히려 보수적인 국민들이 더 많이 나왔을 거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집회는, 물론 쇠고기가 전부는 아니지만 시발점은 되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볼 때,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목숨마저 지키는 것도 못하게 하냐며 뛰어나온, 다시 말해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데에 더 중점이 되는 보수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볼 수 있겠지요.(그러니까 현 정권은 보수 정권도 아니란 말입니다. 누가 MB보고 보수라 했습니까.)
그러나, 집회가 설령 '좌파 선동'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여도 목표를 대통령 하야로 잡아서는 안 될 일입니다. 저는 대선 전부터 현 대통령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고 현 정권을 만들어낸, 그렇게 투표를 하거나 투표를 아예 포기한 사람들에게조차 미움을 갖고 있었지만 이 집회의 목적이 대통령 하야가 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현 정권이 예뻐서도 아니고 국가의 혼란보다 현 정권의 유지가 중요해서도 아닙니다. 대통령 하야는 대안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테라포밍님이 성공한 시위, 실패한 시위 - 포스트 이명박과 18대 국회에서 명쾌하게 정리함과 더불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제시하고 계시므로, 제가 여기에 무슨 말을 덧붙여도 별로 쓸데없는 첨언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 국민의 정권에 대한 분노와 실망의 가장 큰 이유는 정권에서 국민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쇠고기 협상이 가장 큰 문제였던 것도 국민의 식량 주권과 관계된 중요한 일을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혀 없이 정권에서 독단적으로 처리한, '절차적 정당성'에 있습니다. 대운하와 민영화와 학교 자율화 역시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전혀 알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에 더 큰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현 정권은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하며 섬김의 정치를 논하며 국민의 뜻을 받들지조차 않고 재고할 가치가 없는 소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하야시켜 새로운 정부를 만들어 낼 대안이 없다면 우리는 현 정부에 요구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우리의 뜻을 받들라고, 현 정부에서 말하는 섬김의 정치를 보이라고. 섬김의 기본은 말을 듣는 것 아니겠습니까. 뜻을 받드는 것을 섬김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리하여 작금의 쇠고기를 위시한 여러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향후 남아 있는 4년 8개월이란 시간 동안, 현 정부에서 또 다시 이런 사태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노래로 부르던 헌법1조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므로, 정치란 국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임을 알게 해야 합니다. 또 다시 어떤 문제가 터지더라도 그것이 국민의 뜻에 의하여 해결되는 방향으로 정부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한 요구를 담은 구호를 현장에서 새로이 만들어 외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나오고 있는 구호는 단순명료하며 우리의 분노와 실망감을 극적으로 드러내기에 좋은 구호이긴 하지만, 그 구호는 실질적인 요구 사항이 될 수도 없도 되어서도 안 됩니다
저는 창의성이 부족한 관계로 머리를 짜내도 도통 뚜렷한 묘안이 떠오르지 않더군요.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구호는 기껏해야 "국민의 뜻/ 받들어라" (내지는 국민의견/수렴하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더 좋은 구호가 현장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지금은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분노를 담은 뜨거운 가슴의 손을 잡고 '우리가 바라는 더 좋은 방향'을 위한 고민이 함께 가야 할 때입니다. 고민 없는 행동은 폭주를 하기 쉽고 이용당하기 쉬움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방향이 없는 달리기는 언젠가 부딪힐 수밖에 없음을 떠올려야 할 때입니다.
# by | 2008/06/03 09:45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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